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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해설: '중국 자체 OS' UOS

by 류창우

최근 IT 기사에서 등장한 ‘중국 자체 OS’에 대해 알아보자.

기사만 보면 단순히 중국 정부가 UOS라는 중국만의 자체적인 PC OS를 새로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윈도우를 사용하던 PC의 OS를 교체할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UOS는 Deepin 2020 버전

참여하고 있는 업체 중에 우한디핀테크놀로지(Wuhan Deepin Technology)라는 회사가 눈에 띄는데 이 회사가 Deepin이라는 데비안 기반 배포판을 개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스크린샷을 봐도 현재 Deepin이 현재 버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Deepin Desktop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미 한두달 전부터 Deepin V20 버전이 UOS라는 이름으로 베타 버전이 유출(?)된 버전이 돌고 있었다.

이제야 실행해 본 결과:

UOS 정보

(엄밀히 말해서 위의 origins 설정은 틀렸다. 파생 배포판은 Parent 필드가 필요하다. 관련 man page)

UOS 메뉴

단순히 “중국 OS”라는 낙인을 찍기 쉽지만 Deepin은 중국 외에도 많이 알려져 있고 2004년부터 데비안 기반 배포판을 개발하던 팀이 2011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꾸준히 개발되던 데비안 기반 OS이다. Distrowatch에서 계속 10-20위권을 유지하는데 이 정도면 꽤 메이저 배포판이다.

데스크톱의 경우에도 윈도우/컴포짓 매니저는 Elementary OS의 Pantheon 데스크톱에서 쓰는 윈도우/컴포짓 매니저인 Gala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Gala와 마찬가지로 mutter를 사용하므로 윈도우/컴포짓 매니저는 GNOME 기반이지만 다른 데스크톱과 앱은 Qt 기반으로 작성되는 등 나름 독특한 길을 가고 있기도 하다.

단지 사용하다 보면 중국어로 문서가 나오고, 개발자 커뮤니티도 회사 위주에 중국인들이 중국어로 소통하는 점 때문에 근본적으로 중국이나 중국어 구사자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보인다.

즉 UOS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출된 버전을 살펴 보면 패키지 미러 사이트로 deepin의 미러 사이트가 아닌 새로운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고, https://www.chinauos.com/applyfor 사이트에 회사 메일 주소로 개발자 계정을 등록해서 승인을 받아야 root 권한을 얻을 수 있는 등 (물론 수많은 우회 방법이 있다), 새롭게 브랜딩을 만들었지만 내용 상으로는 Deepin이다.

백도어, 감시, 사생활 침해? 충분히 의심스럽다.

UOS에서는 자체적인 음성 비서 기능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Deepin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 부분도 미리 알려졌었다.

문제의 이 음성 처리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로 공개될 가능성이 적은 데다가 사생활 문제에 대해 민감한 음성을 다루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감시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게다가 위 기사에서 추정한 것처럼 중국 국가 소유의 음성 기술 회사인 iFLYTEK에서 만든 iFLYTEK Open Platform처럼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음성 기술이라면 더욱 의심할만 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중국 당국의 감시 보다는 느슨한 중국의 개인정보 정책에 따른 회사의 무분별한 수집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성공할까?

내 생각에는 이 프로젝트가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MS 윈도우를 리눅스로 대체한다는 선언인 셈인데 그걸 위해 국적이 붙은 리눅스를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리눅스 배포판 프로젝트는, 특히 Deepin과 같은 파생 배포판이 사용하고 있는 데비안과 같은 주요 배포판은 국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 배포판 뒤에 회사가 있는 경우에도 페도라 처럼 상당 부분이 커뮤니티의 힘에 의해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오픈 소스는 그런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결과로 화웨이가 쓸 수 없게 된 안드로이드도 구글 서비스 앱, 플레이스토어, 구글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라이선스가 취소된 것이지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 코드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가능하다. 그런데 보통 리눅스 배포판은 그마저도 안드로이드와 다르게 구글 서비스와 같은 오픈소스에서 벗어난 제약이 전혀 없거나 있어도 구글 서비스처럼 필수적인 경우가 없다. 여차 하면 프로젝트 운영을 위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러 소프트웨어도 보통 같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우분투는 런치패드 정도가 예외적) 리눅스 배포판을 “외국 제품”으로 규정 지으면서 못 쓰게 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MS 윈도우를 대체하려는 계획으로 돌아가면, 문제는 윈도우에 익숙해진 사람과 호환성 같은 시장의 장벽을 해소하는 게 문제의 대부분을 차지하지 리눅스 배포판을 잘 만들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 강제로 MS 윈도우 구매를 못 하게 하면 쓸 수밖에 없겠지만, 민간의 경우에는 그런 입김도 덜 들어가는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환성과 같은 한계가 분명히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 수요의 개방형 OS 대체 계획이 민간 수요로 발전되길 기대하기 힘들듯이 비슷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예상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중국의 컴퓨터와 부품이 전세계에 유통되는 만큼, 중국의 컴퓨터와 부품 제조사가 UOS 호환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들이 기여한 리눅스 커널과 관련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UOS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리눅스의 호환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개발자 풀을 늘리게 되면 전반적인 오픈소스 데스크톱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

UOS를 엄청난 기술력의 존재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급조된 제품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UOS는 꽤 잘 만들어진 리눅스 기반 OS인 Deepin의 한 버전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MS 윈도우의 대체 성공 전망은 글쎄, 부정적이다.

tags: linux - uos -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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